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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스토리 속으로 : 무인 혹은 유령 자율 입장 상영관에서

코로나19 발생 이후 오랜만에 극장에 갔더랬다. 두어번 정도인 것 같다. 핸폰 앱으로 예약을 하고 이동하고 영화관을 들어가고 영화를 보고나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은 마치 데이비드 로어리(David Lowery)의 고스트스토리(a ghost story, 2017) 속에 다녀온 듯 하였다. 일단 발권을 할 필요가 없었고 티켓확인 따위는 할 여력이 없어 보였다. 아무도 만나지 않았고 물론 근처에 누군가 착석하고 함께 있었지만 마스크를 쓰고 제각기 떠들 뿐이었다. 화장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상영관 입구와 로비의 페인팅은 왜 그렇게 시커먼 것 인지 새삼스럽다. 여하튼 그렇게 영화 시작을 기다렸다. 그나마 영화가 시작하는 순간 .... 그리고 영화상영 후 주차장에서도 주차확인을 위해 몇몇 혹은 커플들이 하얀마..

영화가 보낸 그림엽서 /코로나19 시대 읽은 책 (2022.06)

코로나19가 세상을 여전히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것 같다는 막연한 두려움과 지겨움이 겹쳐지는 시간이다.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고 다닌다. 이젠 정말 끝이 난 것일까? 최근 다시 목 감기가 찾아와 병원에 다니고 있는 나로선 아직 끝난 것 같지 않다. 갈수록 청구서는 쌓여가고 일은 여전히 더뎌지고 있다. 육아는 쉽지 않다. 그 와중에 극장에 찾아가는 일은 더욱 쉽지 않다. 그럼에도 시간은 흐르고 있다. 그나마 간만에 잘 읽히는 책이 한권있어 다행이었다. 책소개 겸해서 그중 일부를 인용한다. 아주 늦게, 즉 70년대 초 우리가 에서 함게 일할 때 그것이 당신이 처음 급료를 받는 일이라는 걸 알고 놀랬다. 그 전에는 어떻게 생활했는가? 내겐 장학금이 있었다. 나는 마치 호텔에서 생활하는 것처럼 어머니 집에서 살았..

우리집 The House of Us, 92분, 2019, 윤가은

오프닝에서 어두운 화면, 보이지 않는 목소리와 소음들이 있다. 사운드와 이미지는 분리되어 있다. 그리고 보이는 하나의 눈빛과 시선, 선생님의 커다란 목소리와 어투, 여러 시선과 웃음과 박수소리들을 보고 들을 수 있다. 낯설지만 인상적인 눈빛이 있고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시선들과 소음들은 낯설지 않다 오히려 하나, 유미, 유진을 한명한명 보고 들으면서 나는 '아 이건, 우리집 아이와 참 많이 닮았구나'라고 여러번 생각했다. 아마도 이 영화의 비전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낯선 눈빛과 시선들은 다시 어디선가 들었던 듯한 목소리와 이상한 말들과 부딪힌다. 혹은 부서진 파편들은 다시 서로 부딪히면서 반복된다. 그리고 그 낯선 눈빛들은 익숙한 '나의 그것'과도 닮았다라고 이르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오래전 ..

천년학 (2008)

천년학(2008) 술잔을 기울이던 밤이 지나고 해가 떠올랐다. 같이 술잔을 기울이던 용택은 그에게 북을 전해준다. 결국 동호는 하나의 북을 얻었다. 누이 송화가 소리를 하고 동호는 북장단을 맞추고 용택은 화장실 너머로 지켜본다. 음악이 흐른다. 오늘 이 영화를 다시 본다는 것은 내게 동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다. 동호 그는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우연히 그곳에서 북을 치듯 매만지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그런 매마른 곳이아니라 그곳에서 분명히 누이 송화는 소리를 하고 있다. 그는 북장단을 맞추고 있었다. 이제 그곳은 학 한마리가 날개를 쭈욱 펴고 앉아 있는 모양을 한 학산이 있는 선학동이다. 그곳엔 아버지 유봉이 묻혀 있다. 아버지유봉은 이곳에 동호와 송화를 이끌어 와서는 그러셨었다. 소릿공부하기엔..

Le 29 DÉC 2012, HASSI MESSAOUD

Le 29 DÉC 2012, HASSI MESSAOUD사하라 사막에 극장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생각대로 다. 이곳에는 극장이 없었다. 1000만명이라는 관람객들이 만들어 준다는 영예로운 작품도, 지난 봄을 휩쓸고 지나간 깐 소식도 이곳에 이르지 못하였다. 그런것보다는 차라리 한 손에는 맥주를 들고 싸이의 동영상을 흉내내며 노는 유럽 티비 프로그램을 해적 위성 티비로 보면서 낄낄대는 몇몇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2012년 12월21일도 지나갔다.2012년이 저문다. 2011년, 2012년 나는 점점 영화를 시간과 장소를 잃어버리고 있다. 혹은 나에게 점점 더 그 시간이 귀해지고 있다.지금 당장 지켜주고 싶은 영화는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문득 드는 생각은 지..

2010.9.13

왕십리 cgv 8관 2010.9.13.월. 20시 (옥희의 영화는 2010년 9월16일 개봉이랍니다. 아래글은 제작사에서 소개한 줄거리 이상은 커녕, 거의 영화의 내용을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도 나만의 옥희의 영화를 볼테다라는 분은 건너뛰심이 좋을듯.) 옥희의 영화 홍상수 연출, 한국, 청소년관람불가, 80분, 2010 홍상수의 옥희의 영화를 처음 보다. 홍상수 감독에 대해서 이야기 할때도 그러해야 할 듯 한데, 그의 영화를 보고 나서 나중에 다시 한번 보고 그 생각을 정리하겠다는 말은 좀 이상한 말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의 영화를 매번 '같이 반복'해서 본다는 말은 좀 이상하기 때문이다. 거기엔 겹쳐지고 끊어지고 멈춰버리고 점핑해버리는 식의 일종의 균열이 있는 거 같다. 그 균열은 알게 모르..

2010.8.12. 목요일

영상자료원에서 보유중인 임권택의 작품 70여편을 오늘 8월 12일부터 10월3일 까지 상영한다.오늘은 천년학(2008) 14시에, 개막식 및 만다라(1985) 18시에 각각 진행되었는데, 아슬아슬하게 18시무렵에 도착하여, 개막식 구경도 하고 김홍준 감독이 만든 20여분정도의 임권택 감독님에게 헌정한 영상물과 일종의 개막작이라 볼수 있는 만다라(디지탈 복원판)을 보았다. 김홍준 감독의 작품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전통, 사랑, 역사, 길이라는 네가지 카테고리로 임감독의 영화들의 이미지들과 사운드를 발췌하고 다시 이어 붙이고 오려내었는데, 서로 다른 작품들을 오고 가는 재미가 쏠쏠하였다. 마지막 장면에는 감독의 글을 인용한듯 한 엔딩타이틀을 담고 있었다. 매우 즐거운 작품이었다. 오늘 상영된 만다라는 훼손..

2010...이전 2009년의 10편

간만이다. 정말 오랜만에 들러본 CINEJOURNAL DE LEMARCEL이다. 2010년그것도 2월이다. 2010을 시작하기 전에 2009에 대한 정리를 해야 하는데.. 머라 할말이 없다. 한마디로 끔찍했다이다. 그 정도로 극장에 갈 시간이 없었다라는 의미이다. 재개봉, 영화제, 개봉작을 합해서 극장에서 아마도 100편이 조금 넘는 작품을 감상한 듯하다. 디비디나 티비를 제외하고 말이다. 2009년 영화에 대하여 무언가를 꼽자면,,,,점점 극장을 멀리하며... 혹은 극장으로부터 더욱 멀리.. 라는 요상한 표현이 강조되어야 할 듯하다. 좀 이상한 표현이지만, 지난해 영화를 보면서, 자주 생각한 것은 사람들이 극장 밖으로 나가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혹은 아주 멀리서 극장을 찾아온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것은..

2009년5월26일화요일

 새벽, 이래저래 (나의)마음이 뒤숭숭하여 잠을 못이룬다. 파리, 비가 내린다. 천둥번개 자욱들이 하늘에 깊이 새겨진 시각, 오전중에 저녁중에 영화 한편씩을 보려구 준비한다. Matador (1986) de Pedro Almodóvar avec Antonio Banderas, Assumpta Serna en VO: 18:50_2037 Filmothèque du Quartier Latin Tony Manero (2008) de Pablo Larrain avec Alfredo Castro, Amparo Noguera en VO: 11:20_1258 MK2 Beaubourg 지난번에 한방 먹었던 토니마네로를 보기로 마음먹으면서, 떠오르는 당연한 문장하나가 있었다. "이번엔 안당하겠지." 그러나 나는 두렵다...

오늘의 영화_Paris

2009년 4월23일 목요일 파리 오늘의 프로그램이다. 매일매일 7여편의 필름들을 미리 짜둔다. 하지만 그것을 다 볼수는 없다. 오늘은 한 편 정도 볼 수 있는 시간이 있다. 이미 오전에는 시간이 없다. 점심식사 시간이 지나면, 시작하는 Joseph L. Mankiewicz의 작품 People Will Talk를 볼 수 있다. 당연히 극장은 필모떽이다. Villa Amalia (2008) de Benoît Jacquot avec Isabelle Huppert, Jean-Hugues Anglade 09:15_1046 | 11:10 | 13:05 | 15:00 | 16:55 | 18:50 | 20:45 | 22:40 UGC Ciné Cité Les Halles Les Trois singes (2008) 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