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일기/cinejournal 16

우리집 The House of Us, 92분, 2019, 윤가은

오프닝에서 어두운 화면, 보이지 않는 목소리와 소음들이 있다. 사운드와 이미지는 분리되어 있다. 그리고 보이는 하나의 눈빛과 시선, 선생님의 커다란 목소리와 어투, 여러 시선과 웃음과 박수소리들을 보고 들을 수 있다. 낯설지만 인상적인 눈빛이 있고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시선들과 소음들은 낯설지 않다 오히려 하나, 유미, 유진을 한명한명 보고 들으면서 나는 '아 이건, 우리집 아이와 참 많이 닮았구나'라고 여러번 생각했다. 아마도 이 영화의 비전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낯선 눈빛과 시선들은 다시 어디선가 들었던 듯한 목소리와 이상한 말들과 부딪힌다. 혹은 부서진 파편들은 다시 서로 부딪히면서 반복된다. 그리고 그 낯선 눈빛들은 익숙한 '나의 그것'과도 닮았다라고 이르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오래전 ..

천년학 (2008)

천년학(2008) 술잔을 기울이던 밤이 지나고 해가 떠올랐다. 같이 술잔을 기울이던 용택은 그에게 북을 전해준다. 결국 동호는 하나의 북을 얻었다. 누이 송화가 소리를 하고 동호는 북장단을 맞추고 용택은 화장실 너머로 지켜본다. 음악이 흐른다. 오늘 이 영화를 다시 본다는 것은 내게 동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다. 동호 그는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우연히 그곳에서 북을 치듯 매만지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그런 매마른 곳이아니라 그곳에서 분명히 누이 송화는 소리를 하고 있다. 그는 북장단을 맞추고 있었다. 이제 그곳은 학 한마리가 날개를 쭈욱 펴고 앉아 있는 모양을 한 학산이 있는 선학동이다. 그곳엔 아버지 유봉이 묻혀 있다. 아버지유봉은 이곳에 동호와 송화를 이끌어 와서는 그러셨었다. 소릿공부하기엔..

2010.9.13

왕십리 cgv 8관 2010.9.13.월. 20시 (옥희의 영화는 2010년 9월16일 개봉이랍니다. 아래글은 제작사에서 소개한 줄거리 이상은 커녕, 거의 영화의 내용을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도 나만의 옥희의 영화를 볼테다라는 분은 건너뛰심이 좋을듯.) 옥희의 영화 홍상수 연출, 한국, 청소년관람불가, 80분, 2010 홍상수의 옥희의 영화를 처음 보다. 홍상수 감독에 대해서 이야기 할때도 그러해야 할 듯 한데, 그의 영화를 보고 나서 나중에 다시 한번 보고 그 생각을 정리하겠다는 말은 좀 이상한 말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의 영화를 매번 '같이 반복'해서 본다는 말은 좀 이상하기 때문이다. 거기엔 겹쳐지고 끊어지고 멈춰버리고 점핑해버리는 식의 일종의 균열이 있는 거 같다. 그 균열은 알게 모르..

2010.8.12. 목요일

영상자료원에서 보유중인 임권택의 작품 70여편을 오늘 8월 12일부터 10월3일 까지 상영한다.오늘은 천년학(2008) 14시에, 개막식 및 만다라(1985) 18시에 각각 진행되었는데, 아슬아슬하게 18시무렵에 도착하여, 개막식 구경도 하고 김홍준 감독이 만든 20여분정도의 임권택 감독님에게 헌정한 영상물과 일종의 개막작이라 볼수 있는 만다라(디지탈 복원판)을 보았다. 김홍준 감독의 작품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전통, 사랑, 역사, 길이라는 네가지 카테고리로 임감독의 영화들의 이미지들과 사운드를 발췌하고 다시 이어 붙이고 오려내었는데, 서로 다른 작품들을 오고 가는 재미가 쏠쏠하였다. 마지막 장면에는 감독의 글을 인용한듯 한 엔딩타이틀을 담고 있었다. 매우 즐거운 작품이었다. 오늘 상영된 만다라는 훼손..

2010...이전 2009년의 10편

간만이다. 정말 오랜만에 들러본 CINEJOURNAL DE LEMARCEL이다. 2010년그것도 2월이다. 2010을 시작하기 전에 2009에 대한 정리를 해야 하는데.. 머라 할말이 없다. 한마디로 끔찍했다이다. 그 정도로 극장에 갈 시간이 없었다라는 의미이다. 재개봉, 영화제, 개봉작을 합해서 극장에서 아마도 100편이 조금 넘는 작품을 감상한 듯하다. 디비디나 티비를 제외하고 말이다. 2009년 영화에 대하여 무언가를 꼽자면,,,,점점 극장을 멀리하며... 혹은 극장으로부터 더욱 멀리.. 라는 요상한 표현이 강조되어야 할 듯하다. 좀 이상한 표현이지만, 지난해 영화를 보면서, 자주 생각한 것은 사람들이 극장 밖으로 나가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혹은 아주 멀리서 극장을 찾아온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것은..

Burn After Reading (2008) de Joel Coen, Ethan Coen

Burn After Reading 2008 de Joel Coen, Ethan Coen 2009 1월 1일 UGC Ciné Cité Les Halles 제22상영관 22:35 생각보다 점점 사람들이 많아 진다. 분명 그들의 영화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느꼈다. 웬지, 많은 사람들이 노인을위한나라는 없다라는 전작을 보고 찾아온듯하다. 그러나 그들은 곧 이상함을 알것이다. 알다시피 그 영화는 두 코엘의 각색영화일뿐이다. 그것은 Cormac McCarthy의 동명의 소설 No Country for Old Men (2005)이다. 물론 오리지날을 읽지 않아서. 머라할말은 없다. 한글로 발행되기까지 했다. 조엘코엔이 밝혔듯이. 이 두 작품은 거의 병행적으로 작업이 이루어졌다. "번애프터리딩의 스크립트가 쓰여졌..

Burn After Reading_2008_ Joel Coen, Ethan Coen

Burn After Reading 2008 de Joel Coen et Ethan Coen 1시간35분 미국 어젯밤, 라비모데른을 보러 갔다.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나도 모르게, 아무생각없이 오데옹에서 내렸다. 무언가 조급했다. 전화박스를 한참 바라보다가, 그때서야, 여기가 헝뷔또길이 아닌 걸 알았다. 그래서 앞에 있던 오데옹 유제세를 바라보았다. 사람들이 꽤 많았다. 많은 사람들의 줄들이 22시가 되었지만, 길게 늘어서 있다. 거기서 코엔형제의 신작이 곧 상영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곧 표를 구입했다. 입장하기 직전, 극장간판처럼 달려있는 컴퓨터 출력인쇄된 커다란 포스터와 길게 선 줄을 사진에 담아봤다. 영화는 매우 단순하다.코엔형제의 이야기 할수 있는 충분한 이야기들이다.하지만, 진부할수도 있다...

Séraphine de Martin Provost

2008년11월04일 화요일,Salle 7, 11시55분 UGCCinecite Séraphine를 두번째로 보았다. 오데옹에서 처음 보았을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세라핀를 연기하는 모로라는 배우는 정말 아름답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의 외모나 멋진 몸매를 떠올리는 건 좀 아니다. 차라리, 저 인물이 혹은 저 모로라는 배우가 갖고 있는 매력에 대해서 보다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나는 왜 저 배우를 사랑하게 된걸까? 문득 영화를 보면서, 그녀가 갖고 있는 걸음모양새, 주름사이의 미소, 찢겨진 눈 속의 비밀스러운 눈빛같은 것들이 영화자체보다 더 관심이 간다. 그녀의 손은 참 크구나. 아. 저 발을 보라. 정말 크구나. 그래도 영화는 잘도 어렵지 않게 감상할수 있다. 그럼에도, 자꾸만 저 배우의 이런저..

다시 본 타락천사 (1995)

2008년11월5일수요일, 날씨 맑음 그러나 싸늘함, 파리 얼마만에 다시 보는 것인지 기억이 잘 안난다. 우연히 한글 자막이 있는 DVD가 있음 알게 되었다. 빌려온 노트북의 DVDP에 들어가 있었다. 이 DVD안에는 사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오래된 영화이야기가 담겨져 있다고 한것 같아서, DVD를 보았다.그런데, 이 DVD에는 그게 없었다. 아마도 다른 DVD에 있는 것 같다. 더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그의 어떤 목소리를 들어면서, 지금으로부터 12여년전인 혹은 11여년전 듣게 되었던 그의 목소리를 아니 그의 글을 다시 찾아 읽어본다. 하지만, 한국에 두고 온 것인지 내가 찾던 그 글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다른 글을 읽어보게 된다. 그의 목소리가 그의 글이 없다라는 사실이 지금 '나'의 가슴을 ..

L'Homme de Londres(2003-2007) de Bela Tarr et Agnes Hranitzky

L'Homme de Londres The Man from London 런던에 온 사람 벨라 타르 Bela Tarr, 아네스 라니츠키 Agnes Hranitzky 2시간12분 프랑스, 독일, 헝가리, 영국 2008년10월18일토요일 17시40 Reflet Medicis 제2상영관 이 영화를 다시 보기 위해서 Reflet Medicis로 갔다.이번주에는 단지 하루에 한번만을 상영하고 있다. 17시40분. 얼마전 나는 내 생애 마지막 영화를 생각하면서, 문득 이 영화를 떠올렸다. 좀 웃기는 얘기지만, 이 영화를 어제 안보면, 다시는 못볼 것 같은 두려움이 들었기 때문이다. 많은 걸작들이 있지만. 이 영화는 이제 막 지난 10월 13일에 처음 보았을 뿐이다. 지난 9월24일에 개봉해서, 지금까지. 이 영화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