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일기/劇場傳 / 劇場前

2008년 10월 17일 금요일 파리_이름없는 시네필들의 마지막 영화를 그려보며.

Lemarcel 2008. 10. 17. 22:02
오늘은 흐리다. 아침에 쓰러지듯 잠이 들어버렸다. 얼굴이 부었다. 사실 종종 느꼈던 일인데, 눈이 붓는것 같은 느낌이 있다. 그렇다. 오늘도 그렇게 시간이 갔다.내 육체의 일부분이 아니라 나라는 신체 전부애 있어서 만약 내 생애 마지막으로 보아야 하는 영화가 있다면, 그건 무얼까? 그저 단지 무인도에 가지고 갈. 혹은 죽기전에 반드시 보아야 할 그런 영화가 아니라. 지금 당장 죽기 전에 반드시 그것만은 다시 볼 것이다라는 영화는 무얼까? 라는 생각을 잠깐 해본다.
이것은 가끔 시네마떼끄프랑세즈에서나 파리의 샹뽈리옹 길에 있는 극장을 다녀갈때, 종종 부딪히는 낯익은 사람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었다. 어느날 크리스마스날이브 그리고 12월31일 그해의 마지막 영화상영시간을 다녀오면서, 다시 보게되는 그 얼굴을 떠올리던 때에 나는 문득 그들이 무척 외롭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특히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도 그렇지만, 그중에서 백발의 노인이 홀로 밤마다 영화관을 서성이는 것을 볼때, 그런 생각이 든다. 얼마전에는 장두쉐가 시네마떼끄 프랑세즈에서 시네클럽 진행을 하는 와중에 그런생각이 들었다. 조르쥬 프랑쥬 상영관에서는 잘 몰랐다. 그런데, 완전히 격이 다르다고 말할 수 있는 앙리 랑글르와 상영관에서 그가 앞에서 서서 마이크를 들고 바로 코 앞에서 그가 내게 말을 할때에, 나는 그가 정말 많은 주름과 백발과 말을 하면서 숨을 가프게 쉬는 듯한 기색과 큰소리로 말하지 못하는 그를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 이런 생각은 언젠가 해야 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나의 그 순간은 어느 때일까? 어쩌면 지금 일지도 모른다.

그날 나는 그런 마음으로 아이즈 와이드 샷을 본 것이나 다름 없다. 그리고 그날 충분히 그 장두쉐는 그 오래된 시네필의 시간을 담아내듯 영화에 대해서 간결하게 말했다. 물론 그것은 내 귀에만 그렇게 들렸을 것이다. 왜냐하면, 미지의 영화나 도저히 이해도 할수 없는 어떤 영화적 순간은 흔한 일이기 때문이다. 내생각에 그날의 그의 진행은 그 순간을 어쩌면 다시는 이 영화를 이처럼 큰 상영관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볼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자리에서 그 영화에 대해서 말한다는 것은 무얼까? 나는 그에게서 일종의 전투적 논객의 이미지이나 논리적이거나 거대한 사유의 세계를 맛본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매우 단순 했다. 그날 나는 그가 차분하게 어떤 규칙적인 호흡 사이에서 나오는 말을 일종의 할아버지가 내게 말씀해주시는 기분으로 듣고 있었다. 혹은 작은 할아버지께서, 내 가족 중 누군가가 내게 그렇게 말씀해주시는 것 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 느낌을 정리하자면, 그렇다. 그가 마지막으로 보는 것은 그저 영화가 아니라 어쩌면 곁에서 같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마지막으로 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면, 그럴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나는 왜 벨라타르의 영화를 보고 싶은 것일까? 그 마지막 순간을 다시 보고 싶은 걸까? 그것을 보기 위해서 그 긴시간을 지켜내고 싶다. 하지만 그의 영화는 대부분 짧은 것 밖에 상영하지 않는다. 그것은 좀 슬프다.
지금도 아니 오늘도 파리에는 그런 사람들이 그곳에 있을 것이다. 아아무래도 그런 사람들은 그곳에 머무를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으니까. 극장에 가면, 나도 모르게 그때 느꼈던 그런 사람들의 얼굴을 찾아볼 때가 있다. 오랜동안 그 할아버지를 보지 못했다. 언젠가 소영이에게 속삭였다. '저 할아버지는 매일 밤 20시 시네마떼끄 프랑세즈 영원한 영화의 역사들 이라는 프로그램에 꼭 들어오신다. 그리고 혼자 오시고 그렇게 늦은 시간 홀로 지하철을 타고 간다.' 생각해보니, 나도 같은 지하철을 타고 같은 순간 센을 건넜다. 그분은 내가 육호선 Pasteur역에 내릴 적에도 가만히 앉아서 계셨다. 그리고 언젠가 한번 나를 살짝 쳐다 보았다. 나는 잠깐 그의 눈을 볼 수 있었다. 그냥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혼자 집으로 돌아오면서 만약에 그를 다시볼때 극장이 아니라면, 내가 그를 알아 볼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알 수 없다. 어쩌면 못 알아 볼지 모른다. 조금은 미안해졌다. 그의 마지막 영화를 함께 보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히지만, 나는 그가 누군지 모른다. 그렇게 극장의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간다. 나도 그렇게 돌아간다.
아. 그래도 오늘은 사탄탱고를 못보겠지만, 런던에서 온 남자를 다시 한번 볼 것이다. 해야 할일들이 많다. 그래도 다시 한번 꼭 보고 싶다. 그 여인의 얼굴을 혹은 가짜 얼굴인 그 남자의 얼굴이 다 지나 갈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