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일기/Ici et ailleurs

Auvers-sur-oise에 가다.

Lemarcel 2008. 10. 30. 00:38
2008년 10월28일 화요일 날씨 맑다가 비옴 Paris

그가 내게 그곳의 정취들을 기억을 떠올리듯 이야기해주었다. 실은 빈센트와 테오의 무덤이 있는 Auvers-sur-oise에 가보고 싶은 욕망이란 내 안에서 그닥 돋아나지 않았다. 죽은 사람들이 묻혀 있는 어떤 무덤을 찾아가보리라는 것은 그렇게 즐거운 일은 아니며 무덤이란 말은 마치 죽음이란 단어처럼 우리의 마음 속에 자리는 하는 어떤 쉽지 않는 무언가임에 분명하여, 그 묘지 근처를 서성이는 모습을 그리고 싶은 생각은 단연코 없었다. 딱히 잘 알고 지내던 사람도 아니고, 같은 시대를 살다간 사람도 아니며, 그렇다고 해서 그곳에 가는 일이 그렇게 쉬운 일도 아니다. 그런데 세상은 그렇게 생각처럼 간단하게 정리되는 건 아니다. 결국 그곳에 가는 사람있고, 나 역시 그곳에 갔다.
잘 모르겠다. 처음 부터 언급했지만, Auvers-sur-oise에 가야할 어떤 이유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왜 그날 그곳에 갔는지 나는 지금도 잘 모른다. 어쩌면, 그 동네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갖고 있었던 한 친구의 소개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권유는 잠시 잠깐 스쳐지나가듯 지나가버린 일이었다. 그는 내게 다시금 그곳에 가보자고 말하지 않았고 나역시 그곳에 대한 어떤 또 다른 말을 들어본 기억이 없었다. 아무리 다시 생각해보아도 그곳에 가야했을 어떤 이유를 떠올리지 못한다. 다시 한번 물어본다. 왜 그곳에 나는 가본 것일까? 그저 아무 생각없이 갔다라는 말이 적당할 것이다. 이 자문자답은 여간 싱겁기 그지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을 다녀온 후, 그 풍경과 그 기억들을 떠올리면서 자꾸 반복해서 이렇게 묻게 된다. 근데, 나는 왜 그곳에 다녀온거지? 음... 할말을 또 잃고 만다.


Auvers-sur-oise 역에 도착했을때, 시간은 점심식사 시간이 좀 지나간 때였고, 하늘은 이상하게 맑아보였으나 조금은 어두운 하늘이었고 흰색이 분명해 보이는 구름을 안고 있었다. 강가로 향해 걸어갔고 의자에 잠시 앉았다.


강가에 잠시 앉아 있다가, 오베르에 있는 교회를 향했다. 그곳은 1890년 빈센트가 그린 오베르의 교회 1890가 있다. 실제로 그 교회를 바라보았을때, 나는 사진기에 그곳을 담지 못했다. 아마도 그 낯선 조각상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확실하지 않다. 교회를 천천히 둘러보면서, 문득 교회 뒷편에 이르고 나서야, 교회의 모습을  몇장 카메라에 담아 놓았다. 그리고 잠시 안에서 머물렀다.


다시 교회에서 나와서, 테오와 빈센트가 묻혀 있다는 묘지를 향해 걸어갔다. 교회의 오른편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서 올라가면서, 빈센트의 마지막 작품으로 알려진 까마귀가 있는 보리밭을 그렸다는 그 보리밭 사이의 길을 가로질러 무덤가로 다가갔다.


우연히 무지개를 보았다. 하필이면 이런 묘지를 향해 가는 길에 무지개가 떠 있었다. 테오와 빈센트가 나란히 묻혀 있는 그 곳은 몇몇이 서성이고 있었다. 그곳에 대한 사진은 이곳에 올리고 싶지 않다. 무덤을 사진으로 찍어서 올린다는 것 자체가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기때문이다. 얼마간 그곳에 있다가, 우리는 그가 보리밭을 그렸다는 그 자리를 향해 걸었다.




그냥 그렇게 걸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그곳은  여느 시골의 흙길, 그이상의 다른 무언가를
내게 것은 아니었다. 나는 고흐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고흐의 어떤 그림들을 숭배하는 그런 사람들은 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문득 집에 돌아와,  처음의 질문, 왜 그곳에 가게 됐을까라는 식의 개인적인 생각들을 이어가면서 몇몇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한 책들을 꺼내들었다. Auvers-sur-oise라는 장소가 빈센트에게 주는 몇가지 사실들. 그리고 그와 관계된 몇가지의 그림들. 그리고 그곳에서 그가 만나고 가까이 하던 사람들. 그리고 처음으로 그의 그림이 팔렸다는 동생으로부터의 소식 혹은 그의 동생이 그것과 관련해서 물감,그림재료등등의 이유로 당장 오베르에 와달라구 부탁했던 빈센트 편지에 응하지 못하였다는사실등등.
문득 모리스 삐알라Maurice Pialat의 Van Gogh (1991)가 다시 보고 싶어진다. 2002년 겨울 혹은 2001년 겨울 forum des images에서 처음 스크린으로 본 그 영화는,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너무나 실망스러워서, 얼마전까지 기억하고 있던 어떤 끔찍한 장면들을 떠올리면서, 그 작품뿐만 아니라 삐알라의 다른 영화까지 불편해졌더랬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지나치게 오해하고 있었다. 특히 그 힘없이 앉아 있으며, 매우 애매하게 죽음과 자살을 담아내었던 장면들은 아직도 기억속에서 이해할수 없는 장면으로 남아 있다. 어쩌면 이제서야 모리스 삐알라의 그 영화를 다시 볼 준비가 된 것 같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 기차역에서 본 하늘은 아까보다 더욱 커다란 모습의 무지개가 있었다. 이날 본 무지개는 몇년전 어떤 순간의 무지개를 생각하게 했다.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앞으로 이런 무지개를 내 생애 몇 번이나 더 보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