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일기/cinejournal

2010.8.12. 목요일

Lemarcel 2010. 8. 13. 01:45


영상자료원에서 보유중인 임권택의 작품 70여편을 오늘 8월 12일부터 10월3일 까지 상영한다.오늘은 천년학(2008) 14시에, 개막식 및 만다라(1985) 18시에 각각 진행되었는데, 아슬아슬하게 18시무렵에 도착하여, 개막식 구경도 하고 김홍준 감독이 만든 20여분정도의 임권택 감독님에게 헌정한 영상물과 일종의 개막작이라 볼수 있는 만다라(디지탈 복원판)을 보았다. 
 
김홍준 감독의 작품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전통, 사랑, 역사, 길이라는 네가지 카테고리로 임감독의 영화들의 이미지들과 사운드를 발췌하고 다시 이어 붙이고 오려내었는데, 서로 다른 작품들을 오고 가는 재미가 쏠쏠하였다. 마지막 장면에는 감독의 글을 인용한듯 한 엔딩타이틀을 담고 있었다.  매우 즐거운 작품이었다.

오늘 상영된 만다라는 훼손된 필름을 영상자료원 측에서 8번째로 디지털복원한 버전을 최초로 공개 상영한 것이었다. 그러나 무척 날카로운 색감이나 뚜렷한 명암대비와 새롭게 조정된 밝기등은 매우 낯선 영화처럼 느껴졌다. 아마도 이 복원판은 언젠가 파리에서 상영하였던 노스페라투 프랑스 버전을 시네마텍 프랑세즈에서 복원상영하였던 경험을 떠올려주었다. 일관성있어 보이는 신들 밝기며 장면단위로 느낄수 있는 색감은 조금 낯설게 느껴져서 내가 알던 낡은 프린트의 기억을 뭉게버리는 듯한 충격을 주었더랬다. 오늘 본 상영본은 마치 그날의 충격과 비슷했다. 아직은 디지털 복원이란 내겐 미지한 그 무엇인 것 같다. 혹은 그 역일 지도 모르겠다.



덧붙여, 오늘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가 개봉하였다. 2010년 8월 12일 목요일 1회차 조조 상영으로 메가박스 라인에서 감상하였다
 세상에는 많은 슬픈 일들이 있지만, 이 작품은 그런 현실의 부분을 상기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처럼, 말 그대로 병리적인 두뇌 혹은 육체를 부여 잡고 있는 가냘픈 것도 아닌 하찮은 것도 아닌 건강한 생명들만이 거기에 있었다. 그러니까 거꾸로 거기에 치료를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치유를 원하지 않는 채로 그 새로울 것 없은 막다른 시간에 서 있는 환자들 만이 거기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정말 슬픈 일들은 그를 애닳도록 지켜주고 싶은 이들의 마음이다. 하지만 여기엔 그런 것들은 없었다. 물론 세상에 그런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각박하고 매마른 상황은 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채 이런 생명들은 세상에 있을 필요도 없다라고 나지막히 말하는 이상한 선험론은 요령없는 차력사와 그의 쇼를 지켜보는 것과 별만 다르지 않는 것을 같다. 여하튼 악마를 보았다는 세계의 사람들은 매우 매마른 세계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거기에 정말 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기도하는 일은 더 끔찍한 일이다.
김홍준 감독님의 임권택 헌정영상물과 그의 전작전 개막식 그리고 만다라로 이어지는 시간은 오전부터 아프기 시작해서 하루종일 힘들었던 나를 치유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