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일기/cinejournal

우리집 The House of Us, 92분, 2019, 윤가은

Lemarcel 2019. 9. 10. 06:23

우리집 (2019)

오프닝에서 어두운 화면, 보이지 않는 목소리와 소음들이 있다. 사운드와 이미지는 분리되어 있다. 그리고 보이는 하나의 눈빛과 시선, 선생님의 커다란 목소리와 어투, 여러 시선과 웃음과 박수소리들을 보고 들을 수 있다. 낯설지만 인상적인 눈빛이 있고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시선들과 소음들은 낯설지 않다 오히려 하나, 유미, 유진을 한명한명 보고 들으면서 나는 '아 이건, 우리집 아이와 참 많이 닮았구나'라고 여러번 생각했다. 아마도 이 영화의 비전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낯선 눈빛과 시선들은 다시 어디선가 들었던 듯한 목소리와 이상한 말들과 부딪힌다. 혹은 부서진 파편들은 다시 서로 부딪히면서 반복된다. 그리고 그 낯선 눈빛들은 익숙한 '나의 그것'과도 닮았다라고 이르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오래전 우리집은 어땠었나..그러다가 지금 우리집은 어떤 집일까.. 그리고 영화가 다시 어둠속으로 들어가면서 얼굴들과 이미지는 사라지면서 소음과 한숨이 들려온다. 

'나의' 우리집에 대해서 더욱 솔직하게 아니 더욱 진실되게 설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물론 그런다고해서 아무도 '나의 익숙한' 우리집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하나, 유미, 유진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그들을 설득해내는 대신에 목적을 이루지 못한 짧지만 잊을 수 없는 어떤 여행에서 이제 막 돌아온 것 뿐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