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일기/Ici et ailleurs

영화가 보낸 그림엽서 /코로나19 시대 읽은 책 (2022.06)

Lemarcel 2022. 6. 17. 12:01

코로나19가 세상을 여전히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것 같다는 막연한 두려움과 지겨움이 겹쳐지는 시간이다.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고 다닌다. 이젠 정말 끝이 난 것일까? 최근 다시 목 감기가 찾아와 병원에 다니고 있는 나로선 아직 끝난 것 같지 않다. 갈수록 청구서는 쌓여가고 일은 여전히 더뎌지고 있다. 육아는 쉽지 않다. 그 와중에 극장에 찾아가는 일은 더욱 쉽지 않다. 그럼에도 시간은 흐르고 있다. 그나마 간만에 잘 읽히는 책이 한권있어 다행이었다. 책소개 겸해서 그중 일부를 인용한다.

 

아주 늦게, 즉 70년대 초 우리가 <<카이에>>에서 함게 일할 때 그것이 당신이 처음 급료를 받는 일이라는 걸 알고 놀랬다. 그 전에는 어떻게 생활했는가?

내겐 장학금이 있었다. 나는 마치 호텔에서 생활하는 것처럼 어머니 집에서 살았다. 오랫동안 어머니는 그다지 많지 않는 용돈을 내게 주었으며, 그리고 나중에 그것을 중단했다. 나는 벼룩시장에서 옷을 구입했는데 그 당시 벨벳 자켓류가 유행했다. 나는 그것이 멋있다고 생각했고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항상 즉각적이자 절대적으로 돈 문제는 내 삶을 망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고 스스로 충족해 살아간다는 사실에 대해 쾌락과 욕망을 느꼈다. 시네마테크를 다니던 시절은 경제적인 관념을 넘어선 시대였다. 전철과 싼 극장 표, 그리고 카페, 그것만으로 족했다. 새벽 4시에 집으로 들어가면 어머니가 남겨둔 스튜 냄비를 발견하곤 했다. 나는 절대적으로 경제적인 문제 너머에서 생활했다. 그것이 아니었다면 <<카이에>>에서 그 끔찍한 급료를 결코 수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기억하기에 그것은 기적에 가까운 것이었다.

(웃음) 그렇다. <<리베라시옹>>지에 들어가기 전에는 비용 계산서가 무엇인지 전혀 몰랐다. 심지어 <<카이에>> 시절에도 항상 자비로 여행을 하였다. 과도한 지출은 하지 않았기에 굉장히 멋진 일이었다. 그 당시 그것은 기적과 같은 것이었고, 타인의 선의 덕에 이루어지 것이기도 했다..... 나는 문화라는 질문에 매우 자주 생각했는데 왜냐하면 문화적 이상에 대한 질문이 그 절대적 순수함을 상실한 오늘날 그 질문을 심각하게 다시 제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p.182, 세르쥬 다네/글, 정낙길/옮김, 영화가 보낸 그림엽서 , 이모션 북스, 1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