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일기/劇場傳 / 劇場前

고스트스토리 속으로 : 무인 혹은 유령 자율 입장 상영관에서

Lemarcel 2022. 8. 15. 10:04

코로나19 발생 이후 오랜만에 극장에 갔더랬다. 두어번 정도인 것 같다. 핸폰 앱으로 예약을 하고 이동하고 영화관을 들어가고 영화를 보고나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은 마치 데이비드 로어리(David Lowery)의 고스트스토리(a ghost story, 2017) 속에 다녀온 듯 하였다. 일단 발권을 할 필요가 없었고 티켓확인 따위는 할 여력이 없어 보였다. 아무도 만나지 않았고 물론 근처에 누군가 착석하고 함께 있었지만 마스크를 쓰고 제각기 떠들 뿐이었다. 화장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상영관 입구와 로비의 페인팅은 왜 그렇게 시커먼 것 인지 새삼스럽다. 여하튼 그렇게 영화 시작을 기다렸다. 그나마 영화가 시작하는 순간 .... 그리고 영화상영 후 주차장에서도 주차확인을 위해 몇몇 혹은 커플들이 하얀마스크를 쓴 채 서성이고 있을 뿐이었다. 문득 그냥 하얀 천이라도 뒤집어 쓰고 오라고 해도 충분히 납득할 것 같았다.

그렇다. 로어리가 옳았다. 어쩌면 극장에 가는 것 혹은 극장에 있는 것 자체가 고스트스토리 일지도 모른다. 꼬마유령캐스퍼(1995)나 고스트스토리 재상영하면서 (혹은 무인 혹은 유령자율입장 시스템을 홍보하기 위해, 반대로 코로사19시대에도 기어코 마스크쓰고 조심조심 극장을 향하는 당신을 위해) 흰 천에 눈구멍을 뚫어 뒤집어 쓰고 오는 어린이와 성인 관람객들은 할인입장이라고 하면 제법 어울리겠다. 아, 물론 마스크 구멍은 똟어야 겠다. 마스크를 쓴 유령이라.... 

 

a ghost story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