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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일기52

폭력의 순환 위에서 미끄러지는 아이들을 마주친 시선 – 웨이브 드라마 [하이스쿨 히어로즈 ONE] 웨이브 드라마 액션이 붙어 있어서 단순히 ‘싸우는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보다 보니 꽤나 묘한 감정이 남는 작품이었다.원작을 보면 더 자세히 알 수 있겠지만…이 작품은 전형적인 청소년 액션 드라마다.학교폭력에 맞서는 전학생,그리고 그 옆에서 조용히 힘을 보태는 또 다른 학생들의 이야기.이 드라마는 학교를 단순한 배움터로 그리지 않는다.학교 전체를 하나의 폭력 구조로 재현한다.선생님은 권력자이고,모범생은 특혜를 누리는 계층이며,폭력의 가해자는 동시에 학업 엘리트일 수도 있다.학교는 ‘배움’과 ‘폭력’이 섞인 세계로 묘사된다.그리고 그 안에서 등장하는 주인공은언제나 그렇듯 ‘이방인’, 바로 전학생이다.그리고 이 작품엔 두 세가지, 흥미로운 구조가 숨어 있다.⸻① 첫 번째 구조: 붕괴 직전의 가족가족이 등장.. 2025. 7. 18.
『The Ax』 – 박찬욱 감독이 그 도끼를 든다면? 책을 덮고 나서 떠오른 세 가지 질문⸻1. 이 책(원작)에 대해 : 액스 The Ax』 – 도날드 웨스트레이크『액스 The Ax』는 실직한 중년 남자가 자신과 경쟁할 만한 사람들을 차례로 없애면서다시 일자리를 얻으려는 이야기다.무서운 건, 이 사람이 특별히 미친 것도, 잔인한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그는 평범하다.가정이 있고, 책임감도 있고, 스스로 납득 가능한 논리를 가지고 있다.그 논리의 끝이 살인이라는 게, 이 이야기가 주는 충격이다.⸻2. 박찬욱 감독이 이걸 영화로 만든다고?아직 아무것도 알려진 게 없다.배우도, 시놉시스도, 심지어 장르의 분위기조차도.다만 “박찬욱 + The Ax + 한국이라는 배경”이라는 조합만으로도 상상은 충분히 흘러넘친다.현재 알려진 제목은 2025년 1월21알 언론보도를 통.. 2025. 7. 18.
고스트스토리 속으로 : 무인 혹은 유령 자율 입장 상영관에서 코로나19 발생 이후 오랜만에 극장에 갔더랬다. 두어번 정도인 것 같다. 핸폰 앱으로 예약을 하고 이동하고 영화관을 들어가고 영화를 보고나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은 마치 데이비드 로어리(David Lowery)의 고스트스토리(a ghost story, 2017) 속에 다녀온 듯 하였다. 일단 발권을 할 필요가 없었고 티켓확인 따위는 할 여력이 없어 보였다. 아무도 만나지 않았고 물론 근처에 누군가 착석하고 함께 있었지만 마스크를 쓰고 제각기 떠들 뿐이었다. 화장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상영관 입구와 로비의 페인팅은 왜 그렇게 시커먼 것 인지 새삼스럽다. 여하튼 그렇게 영화 시작을 기다렸다. 그나마 영화가 시작하는 순간 .... 그리고 영화상영 후 주차장에서도 주차확인을 위해 몇몇 혹은 커플들이 하얀마.. 2022. 8. 15.
영화가 보낸 그림엽서 /코로나19 시대 읽은 책 (2022.06) 코로나19가 세상을 여전히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것 같다는 막연한 두려움과 지겨움이 겹쳐지는 시간이다.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고 다닌다. 이젠 정말 끝이 난 것일까? 최근 다시 목 감기가 찾아와 병원에 다니고 있는 나로선 아직 끝난 것 같지 않다. 갈수록 청구서는 쌓여가고 일은 여전히 더뎌지고 있다. 육아는 쉽지 않다. 그 와중에 극장에 찾아가는 일은 더욱 쉽지 않다. 그럼에도 시간은 흐르고 있다. 그나마 간만에 잘 읽히는 책이 한권있어 다행이었다. 책소개 겸해서 그중 일부를 인용한다. 아주 늦게, 즉 70년대 초 우리가 에서 함게 일할 때 그것이 당신이 처음 급료를 받는 일이라는 걸 알고 놀랬다. 그 전에는 어떻게 생활했는가? 내겐 장학금이 있었다. 나는 마치 호텔에서 생활하는 것처럼 어머니 집에서 살았.. 2022. 6. 17.
우리집 The House of Us, 92분, 2019, 윤가은 오프닝에서 어두운 화면, 보이지 않는 목소리와 소음들이 있다. 사운드와 이미지는 분리되어 있다. 그리고 보이는 하나의 눈빛과 시선, 선생님의 커다란 목소리와 어투, 여러 시선과 웃음과 박수소리들을 보고 들을 수 있다. 낯설지만 인상적인 눈빛이 있고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시선들과 소음들은 낯설지 않다 오히려 하나, 유미, 유진을 한명한명 보고 들으면서 나는 '아 이건, 우리집 아이와 참 많이 닮았구나'라고 여러번 생각했다. 아마도 이 영화의 비전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낯선 눈빛과 시선들은 다시 어디선가 들었던 듯한 목소리와 이상한 말들과 부딪힌다. 혹은 부서진 파편들은 다시 서로 부딪히면서 반복된다. 그리고 그 낯선 눈빛들은 익숙한 '나의 그것'과도 닮았다라고 이르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오래전 .. 2019. 9. 10.
천년학 (2008) 천년학(2008) 술잔을 기울이던 밤이 지나고 해가 떠올랐다. 같이 술잔을 기울이던 용택은 그에게 북을 전해준다. 결국 동호는 하나의 북을 얻었다. 누이 송화가 소리를 하고 동호는 북장단을 맞추고 용택은 화장실 너머로 지켜본다. 음악이 흐른다. 오늘 이 영화를 다시 본다는 것은 내게 동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다. 동호 그는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우연히 그곳에서 북을 치듯 매만지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그런 매마른 곳이아니라 그곳에서 분명히 누이 송화는 소리를 하고 있다. 그는 북장단을 맞추고 있었다. 이제 그곳은 학 한마리가 날개를 쭈욱 펴고 앉아 있는 모양을 한 학산이 있는 선학동이다. 그곳엔 아버지 유봉이 묻혀 있다. 아버지유봉은 이곳에 동호와 송화를 이끌어 와서는 그러셨었다. 소릿공부하기엔.. 2013. 1.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