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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일기/劇場傳 / 劇場前

“책덮고 도망쳐라 ! ”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세스지 2025

by LeMarcel 2025. 8. 31.


“무서우면 도망쳐야 한다.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는 독자에게 끝까지 버티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책을 덮고 도망치는 순간, 그 불안한 체험 자체가 작품의 일부가 된다. 특히 낭독은 더 위험하다. 단어를 소리 내어 발화하고, 그 울림을 다시 귀로 들을 때, 그것은 주문처럼 다가와 독자를 붙잡는다. 그러니 망설이지 말라. 덮고, 도망치고, 다시 돌아오는 것. 그것이 이 소설이 허락한 가장 진실한 독서법이다. ” LeMarcel

——

서지정보: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 원제: 近畿地方のある場所について  
- 저자: 세스지(背筋)  
- 역자: 전선영  
- 출판사: 반타 (Banta), 2025년
- 쪽수: 311쪽, ISBN 979-11-94654-01-3  
- 수상: <이 호러가 대단해! 2024> 1위, 일본

시작하며

지난 겨울 인스타그램에서 책 광고 하나를 보았고, 무척 궁금해졌다. 키워드로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페이크 다큐·모큐멘터리·푸티지(와 같은 형식),
인터넷 게시판·녹취·인터뷰·잡지 취재문·전단지(등을 활용),
일본 웹소설 발표(화제가 된)
공포소설,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몇몇 문장을 읽고 일독하고 싶었으나
여차저차 스쳐 지나갔고 잊어버렸다.
여름의 끝자락 어느 날, 도서관에서 우연히 다시 보게 되었다.
어떤 문장들이었는지는 더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키워드가 준 이미지와 호기심이 떠올랐고,
다른 책들을 오가며 끝내 읽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리뷰라기보단 짧막한 ‘독서체험‘회고에 가깝다.
공포소설이라는 장르를 무시하고 아무 때나,
아무 곳에서나 책을 펼쳤던 필자를
호되게 각성케했던 감각들부터 시작한다.

어쩌다가 읽은, ‘올여름 더위를 잊게 해준 어느 책을 읽은 때와 장소에 대하여’.



읽기 전 알아둘 두 가지


1) 당신이 책을 읽던 ‘때와 장소’에 대한 물음

이 책을 한참 읽다 보면 문득 이렇게 생각하게 될 것이다.

“무섭다. 밤늦게 혼자 읽지는 말아야지.”
“아… 무섭다. 또 어쩌다가 혼자, 조용히,
이 어두운 곳에서 책을 읽고 있는가.”

참을 수 없는 호기심 덕분에 아무 때나 몰입에 빠지면, 어느 순간 등 뒤에서 누군가 쳐다보는 듯한 시선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 감각은 상당히 강렬하게 발동한다. 그래서 생각한다.

“도저히 안 되겠다. 아침에 읽어야겠다. 아니, 해가 떠 있는 밝은 장소에서 읽어야겠다.”

늦은 시각에 읽다 보면 저절로 그런 생각이 든다. 설마 하는 분들을 위해, 책 말미의 ‘역자 후기’ 한 대목을 옮긴다.

“(…) 평소에는 늦은 밤 깊은 새벽에 작업하는 편이었는데, 이 소설만큼은 그런 습관대로 작업할 수가 없었다. 등 뒤에 무언가 솟아날 것만 같고 창 너머 무언가가 들여다볼 것만 같아, 도무지 불안해서 견딜 수 없었다. (…)”

아직 밤늦게 혼자 책상에 앉아 이 책을 펼쳐보지 않은 당신은,
아직 다행이다.
경고한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나홀로, 늦은 시각에 이 책을 펼치지 말라.
필자는 분명히 경고했다.

2) 우리는 그간 어디서 책을 읽어왔는가

도서관, 카페, 대중교통, 일터, 그리고 집. 우리는 일상 속 편안하게 몰입할 수 있는 장소를 찾는다. 자연스레 집과 책상, 식탁, 소파, 침대, 그리고 늦은 밤과 새벽 시간을 책에 내어준다. 특히 야행성 독자들에게 이 책은 노골적으로 말을 건넨다.

“바로 당신을 겨냥한 책이다.”
이 책을 읽기 전, 읽는 때와 장소를 재고해보기를 권한다.



‘안전한 장소’ 마련하기


다 읽고 나니, 이번 독서 체험을 통해 새삼 알게 되었다.

“나는 주로 늦은 시간에 책을 읽는구나.”
“다행이다. 오늘은 도서관에서 읽었구나.”
“아… 또 아무도 없는 한밤중이네.”

이런 장르의 책은 사람이 있는 공간(도서관·카페 등)에서 읽기를 권한다. 특히 공포와 불안이 과도할 때는 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나 심신 안정을 확보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한다.

끝으로,
불안한 심신을 이끌고도 굳이 읽겠다면,
공포가 엄습할 때 책을 덮고 도망쳐라!
쉽게 도망칠수 있는 ‘나만의 안전한 장소‘를 미리 정해두면 좋다.



“이런 걸 어떻게 읽어?” — 끊기·미루기·나눠 읽기


이 책은 단숨에 읽기 어렵다(불가능하다는 뜻은 아니다). 구성은 40여 개로 쪼개져 있다. 한밤중에 혼자 읽으면 등 뒤에서 누군가 쳐다보는 듯한 상상적 불안 이미지가 의식에 떠오른다.

필자는 눈으로, 문자로 읽는다.
때로는 소리 내어 읽고 녹음해 듣기도 한다.
낭독과 녹음은 긴장을 배가시켜, 주술 같은 단어 앞에서 얼버무리거나 건너뛰게 만들기도 했다.
우리 독자는 자유롭게 각자의 방식으로 읽는다.
필요하다면 쉬고, 끊고, 나눠 읽는다.
이 책도 그러하다.
읽는 동안 무서워서 덮고, 미루고, 다시 펼친다.
그 회피와 멈춤이 남긴 단절과 여백을 통해
더 단단해진 물음들로 드러난다.



“이젠 좀 괜찮네. 다시 읽어볼까?” — 과정으로서의 독서


책을 덮고 쉬자. 일상으로 돌아가 일을 하자.
잔향 같은 이미지는 남겠지만, 움직이다 보면 잊히고
일상은 복귀된다.
그리고 물음으로 바꿔본다.
“어째서 이 문자 세계는 문자 이미지로 변해 시각·청각·촉각에 가깝게 강렬한가?”
“왜 순간적으로 ‘만화같은 상상적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끊기·미루기·나눠 읽기를 통해 물음은 계속해서 생성된다.
도피했지만, 우리는 다시 질문하며 책으로 돌아간다.
때로는 더 편한 ‘때와 장소’를 찾고, 때로는 다시 덮는다.

이 반복 속에서 떠오른 생각 하나. 이러한 멈춤과 도피 역시 이 책이 흡수한 하나의 독서법이 아닐까. 그렇다. 이 작품은 독자에게 **‘끊기·미루기·나눠 읽기’**라는 읽기를 적극 제안한다.



“40여 개로 쪼개진 이야기들” — 웹소설과 단행본의 매체 차이


첫 인물의 불편한 일상 루틴은 독자를 도덕적 균열 속으로 끌어들인다: 젊은 회사원, 남성, 불법 성인 사이트, 댓글. 이 첫 인물의 역할은 무엇인가?
그 40여편의 인물들은 선과 악으로 쉽게 나뉘지 않고, 결국 모두 (적어도 부분적으로) 매우 불편하고 불안한 희생자처럼 드러난다.
여하튼 40여편의 이야기들은 그 자체로  쪼개지고 나눠지고 미뤄진다. 이 쪼개진 40여편의 글이 하나의 서사를 이룬다면, 진짜 주인공은 누구인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독자의 읽기는 마치 끝까지 진실을 찾아나아가듯 이어질 것이다.

이 글은 일본의 한 웹소설 플랫폼에서 발표(처음에는 38편)되었고, 이후 단행본으로 출간되었으며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국내 단행본을 훑어보면 정기간행물의 ‘실화’ 제보처럼 보이는 텍스트, 인용 보도문 같은 기사, 녹취, 인터넷게시판 복사본, 인터뷰, 그리고 중간중간 삽입된 주요 화자의 기록문이 보인다. 책 마지막에는 **‘취재자료’**라 표시된 컬러 인쇄 페이지가 봉인되어 있으며, 읽기 위해서는 직접 뜯어야 한다.
첫인상은 분명하다. 소설이라기보다 **소설을 쓰기 위한 ‘취재록과 자료의 묶음’**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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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큐멘터리, 페이크 다큐, 푸티지 그리고 사소설 : 『긴키』를 이해하는 네 가지 키워드


필자는 이책을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본 책광고를 통해 접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때 본 키워드 두가지가 있다.
A. 페이크 다큐 (Fake Documentary, 유사 다큐 Pseudo-documentary)
B. 모큐멘터리 (Mockumentary)

모큐멘터리는 뭔가?
위키피디아는 “모큐멘터리(mockumentary)는 허구의 사건을 다큐 형식으로 제작한 작품”이라 정의하며, 풍자적인 목적이 많다고 언급한다.
Cambridge Dictionary에서도 “만들어진 사건을 사실처럼 보이게 하는 다큐 스타일 영화/프로그램”으로 설명한다.

페이크다큐 혹은 유사다큐는 뭐지?
위키피디아는 페이크다큐나 유사 다큐 pseudo-documentary는 다큐멘터리 형식을 차용하지만 사건은 허구”라고 정의하며, 모큐멘터리와 차별점을 둔다.

아마도 위 두 가지 장르나 개념들로는
이 작품을 이 글을 소개하는데  충분치 않다고
여기는 독자가 있을거 같다. 동의한다.
필자는 여기에 최소 두 가지 장르를 더 추가한다.
C. 푸티지 (Found Footage)
D. 사소설  (I-Novel, 私小説)

푸티지는 뭔가?
등장인물이 촬영한 영상이나 녹화 테이프 같은 ‘발견된 기록물’을 실제 같은 이야기로 제시하는 영상 기법을
말한다.
위키에서는 “found footage는 이야기 중 일부 또는 전부가 등장 인물이 촬영한 영상처럼 제시되는 기법”이라고 설명하며, 사실성과 몰입 효과를 강조한다.
백과사전 브리태니카에서도 “발견된 비문서 기록처럼 제시되는 영화 기법”이라 정의한다.

사소설은 또 뭔가?
작가의 실제 경험과 거의 동일하게 내밀한 체험을 고백적으로 기술하는 일본 근대 문학 장르로,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I‑Novel은 “작가의 삶과 대응하는 사건을 고백하는 문학 장르”이며, 자연주의 영향을 받아 형성되었다고 설명된다. 브리태니카 백과사전은 “작가 자신이 중심 인물로 등장하는 자전적 고백 서사 형식”이라고 정의한다.

관련 네가지 개념들을 통해서
본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단행본을
살펴보자.


A. 모큐멘터리(Mockumentary)적 요소
『긴키』는 기사, 잡지 기고문, 인터넷 게시판, 인터뷰, 지도 등 다큐멘터리적 형식을 흉내 내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진실한 기록이 아니라 허구의 괴담을 진짜처럼 보이게 만든 장치이다.
즉, 다큐멘터리의 외양을 모방한 모큐멘터리적 형식 실험이라 할 수 있다.

B. 페이크 다큐(Fake Documentary)적 요소
독자가 읽는 동안 “혹시 실제 사건이 아닐까?”라는 의심과 혼란을 일으킨다.
특히 보도체 문체와 ‘역자 후기’ 같은 장치가, 작품을 허구 소설이 아니라 실제 기록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효과를 낸다.이는 독자에게 불안과 공포를 직접 유도하는 페이크 다큐적 측면이다.

C. 푸티지(Found Footage)적 요소
작품 속에는 발견된 취재 기록, 증언, 발화가 조각처럼 배치되어 있다. 독자는 마치 “남겨진 증거”나 “발견된 테이프”를 읽는 듯한 경험을 한다.
특히 취재자의 인터뷰, 주술 발화, 증언들은 설명보다 기록 자체로 남아 있어 푸티지 영화의 장치와 흡사하다.

D. 사소설(I-Novel)적 요소
이 작품은 전통적 의미의 사소설은 아니지만, 고백·증언의 형식을 적극 차용한다.
증언자들은 자신의 체험을 거의 자전적으로 고백하듯 말하며, 독자는 그 진위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즉, 작가의 내면 고백이 아니라, 인물들의 자전적 고백을 흉내낸 괴담 서사로 기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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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질문들
: 공포와 불안의 문자-이미지를 통해



(1) 독서경험에 대한 물음
* 나는 혼자서는 끝까지 못 읽고 자꾸 덮게 되는가?
* 책을 덮은 뒤에도 왜 누군가 뒤에서 보는 듯한 착각이 따라오는가?
* 문자일 뿐인데, 왜 이미지가 자동으로 떠오르고 잔상이 남는가?
* 끊어 읽기·미루기가 왜 오히려 나의 독서법이 되었는가?

(2) 형식적 장치 관련 질문
* 파편화된 단편 구성이 왜 독자에게 불안과 긴장을 만들어내는가?
* 다양한 매체(인터넷 게시판, 기사, 녹취, 지도 등)가 어떻게 현실성과 공포감을 동시에 강화하는가?
* 보도문체와 구체적 대사가 교차할 때 왜 거리감+몰입감의 긴장이 발생하는가?
* 이름 지우기(익명화)가 어떻게 사실적시, 개인정보 보호 장치가 아니라, 추상성과 보편성을 부여하는 장치가 되는가?

(3) 이미지 상상화 관련 질문
* 왜 텍스트가 직접 묘사하지 않아도 독자는 머릿속에서 강렬한 이미지를 생성하는가?
* 이름 지우기와 익명성이 왜 오히려 이미지 상상의 촉발 장치가 되는가?
* 왜 책을 덮은 뒤에도 이미지 잔상이 일상과 섞여 떠오르는가?

(4) 서사적 가치 관련 질문
* 긴키』가 주는 서사의 미덕은 무엇인가?
* 왜 이 작품은 독자의 회피·도피조차 하나의 합법적인 독서법으로 만들어버리는가?
* 이 작품이 독자에게 요구하는 것은 단순 공포 체험일까, 아니면 서사에 참여하는 공동 창작일까?
* 결핍과 여백을 기반으로 한 서사가 어떻게 신뢰와 몰입을 동시에 만들어내는가?


(5) 창작 확장 질문
* 이런 파편적·다매체적 서사를 다른 장르(미스터리, 다큐 픽션, 에세이 등)에 적용한다면 어떤 효과가 날까?
* “빈칸과 여백”이라는 장치가 한국 독서 문화와 창작 환경에서도 통할 수 있을까?
* 나의 체험을 어떻게 기록·정리하면 하나의 창작 노트나 비평적 글로 발전시킬 수 있을까?
* 긴키식 몰입과 신뢰의 메커니즘을 내가 쓰는 글에서 어떻게 재현·변형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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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며 ….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는 문자만으로 이루어진 소설이지만, 그 문자가 이미지를 낳고, 여백이 불안을 만들어낸다.
다매체 서사의 파편들이 겹쳐지며 독자는 공포와 불안을 체험한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끊기·미루기·도피조차 적극적인 독서법으로 만들어버린다는 점이다.
결국 이 소설은 단순한 괴담집이 아니라, ‘나는 어떤 독자인가’를 되묻게 하는 드문 장르체험의 장이다.”

덕분에 나의 독서 환경도 다시 살펴보게 되었다. 올빼미형에서 아침형으로, 혹은 반대로 이동하기도 했다. 잠시 더위를 잊었고, 오랜만에 만난 다매체 문자 이야기와 문학적·상상적 공포와 불안도 충분히 즐겼다. 한동안 공포소설은 멀리할 듯하다.
내가 쓰던 관련 장르 시나리오는 안 무서운데, 뭐가 문제일까. 원래 남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더 무서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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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 어디서 볼까


• 책 보러 가기: 교보문고 / 알라딘 / YES24 / 동네서점 / 도서관(영화 개봉 이후 예약 대출이 많아짐)

• 영화 보러 가기: CGV / 롯데시네마 / 메가박스 / 지역예술전용극장 (8월 30일 기준)

+ 추가: 밀리의서재에서 … 전자책으로도 볼수있더라…
특히 오디오북(완독)으로 있더라….
마치 공포 라디오 듣는듯하다..(1편만 들러봄 2025.10.01)


Le 30 août 2025 à JP
LeMarcel